멀쩡한 나무 토막내서 다시 붙여라?

검역원, “한 방향 집성은 집성재 아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식물검역이 집성재 수입업계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옛 식물검역원)는 최근 다음달 15일부터 중국산 소나무류 집성재의 검역기준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일명 솔리드 집성재나 스트레이트 집성재로 불리는 한 방향 집성판재와 두 개 이상의 판재나 각재를 쌓듯이 집성해 만든 집성각재 역시 수입이 제한될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검역원의 이와 같은 조치는 집성재 가공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병해충 유입 차단이라는 본래의 취지도 살릴 수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 방향 집성재에 대한 논란은 지난 2009년 일단락 된 사항으로, 이제 와서 이를 되돌리려고 하는 데에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소나무류 유해 병해충 발생지역. 중국산은 물론 중국을 경유하는 경우에도 우리나라 수입이 금지돼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화학약품 등으로 방부처리된 제품이나 열처리 또는 화학처리 과정을 거친 목제품, 가구나 악기 등 목공품 등은 예외로 하고 있다.


집성재는 이 중 ‘열처리 또는 화학처리 과정을 거쳐 만든 목제품’에 포함돼 수입이 자유로웠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지지 시작한 것은 집성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호가 바뀌면서 일명 스트레이트 집성재로 불리는 한 방향 집성재가 수입되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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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원 규정상의 집성재는 당시 ‘길이 방향과 넓이 방향으로 집성된 것’으로 정의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09년 ‘길이 또는 넓이 방향으로 집성된 것’으로 바뀌면서 일단락 됐다.


쉽게 풀이하면, 이전의 집성재는 보통 작은 사각 기둥 모양 나무토막을 길이 방향과 넓이 방향으로 집성해 넓은 판재 형태로 만든 것. 이는 국내 소비자들이 깨끗한 표면의 집성재를 선호하다보니 옹이를 잘라내 버리게 됐고, 이처럼 옹이를 잘라내는 과정에서 작은 나무토막 형태를 띄다보니 넓은 판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길이 방향과 넓이 방향 집성이 필수적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소비자 기호의 변화와 접착재 및 집성기술의 발전으로 작은 나무토막이 아닌 사각형의 긴 나무를 옆으로만 붙이는 형태로 집성재 생산이 변화한 것이다. 이때 건조과정에서의 열처리 등은 두 제품 모두 동일하다. ‘두 제품’이라고는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 모두 ‘집성재’로 통용되는 제품이다. 때문에 검역원 규정 역시 ‘길이 방향과 넓이 방향’에서 ‘길이 또는 넓이 방향’으로 개정된 것.


하지만 검역원은 최근 ‘한 방향 집성재에서 병해충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이를 다시 되돌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과학적 근거는 내 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검역원이 목제품 수입업계를 길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업계 일각에서 일고 있다.


검역원 검역검사계 김 모 고시담당자는 “한 방향 집성재는 열처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가, 열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정확한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어떤 사람에게 그렇다고(열처리를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이처럼 정확한 근거도 없이 ‘어떤 사람의 말’ 한마디만 듣고 규정을 바꾸어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시행 전에 업계의 의견을 들어보면 된다”는 등 이해하기 힘든 답변으로 일관했다.


2009년 당시 개정이 잘못 됐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전임자가 한 일인데, 석연치 않게 개정됐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판단할 타당한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목재 전문가는 “한 방향 집성재는 열처리(건조)를 하지 않는다는 말은 들어보지를 못했다”면서 “양 방향이 됐든 한 방향이 됐든 만드는 과정은 동일하고 건조를 하지 않으면 집성재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집성재에 대한 잘못된 정의도 이미 지난 2009년도에 바로잡힌 상태에서 이를 다시 되돌리려고 하는 검역원의 무리수를 이해할 수 없다”며 “업계에서는 목제품 수입업계를 길들이려고 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검역원 김 모 담당자는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20일 “빠른 시일 내에 집성재 생산공장을 방문해서 제조과정을 살펴보겠다”며 “목재업계의 의견제출도 12월 말까지 받겠다”고 밝혔다.

 

 출처: 나무신문